1. 췌장암의 증상과 조기 발견의 어려움

우리 몸의 배꼽과 명치 사이에 위치한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하는 외분비샘이자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하는 내분비샘입니다. 약 15cm 길이로, 십이지장과 붙어 있는 쪽부터 순서대로 머리, 몸통, 꼬리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암 덩어리가 담도를 눌러 황달이 생깁니다. 이 외에도 체중 감소, 갑자기 새로 생긴 당뇨, 혈당이 잘 조절되던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배나 등 부위의 통증 등도 췌장암의 전형적 증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빨리 알아채기가 쉽지 않고, 안타깝게도 황달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이미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퍼졌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췌장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며, 이 중 만성 췌장염이 오래되면 석회화 현상이 나타나 췌장관이 막히고 이로 인해 췌장관이 부어오르고 췌장 실질이 위축되어 통증이 발생합니다. 


2. 췌장암 고위험군과 만성 췌장염의 위험성

원인을 특정할 순 없지만 술과 담배, 비만, 당뇨병, 만성 췌장염, 점액성 종양 등이 췌장암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간의 과다한 음주, 유전적 소인, 고지방·고단백 식이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만성 췌장염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보통 40대의 젊은 췌장암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췌장의 물혹 가운데 콧물처럼 점성이 있는 점액성 종양은 악성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점액성으로 의심되는 물혹이 3cm가 넘거나 종양이 갑자기 커진 경우, 물혹 안에 딱딱한 무언가가 보인다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직계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거나 만성 췌장염, 췌장 물혹과 같은 위험 요소가 있는 분들은 주치의와 상의해 정기적으로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검사는 복부 CT이며, 췌장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암의 혈관 침윤 여부, 다른 장기의 전이 등을 정밀하게 확인하기 위해 MRI, PET-CT 등의 추가 검사와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3. 췌장암의 부위별 수술법 

췌장암 환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췌장 머리에서 암이 발견됩니다. 암이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에 생기면 해당 부위만 제거하지만, 췌장 머리쪽은 연결된 장기가 많아 수술 방법이 복잡해집니다. 우선 암이 있는 췌장 머리와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모두 제거한 후, 췌장액과 담즙이 소화기관에 분비될 수 있도록 남은 췌장과 담도를 소장에 연결하고 음식물이 지나갈 수 있도록 위와 소장을 연결해야 합니다. 다행히 췌장은 약 50%만 남아있으면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췌장암 진단 당시 수술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약 20%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선 위장 주변에는 대동맥으로부터 뻗어 나와 간, 위, 비장 등 다른 장기들로 연결된 작은 동맥들, 그리고 온몸을 순환한 혈액이 장을 거쳐 간으로 올라가는 간문맥 등 중요한 혈관이 많이 분포합니다.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수술이 상당히 까다로운데, 진단 당시 암 덩어리가 주요 혈관을 침윤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보니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가 전체의 80%에 다다릅니다. 외과적으로는 췌장관을 열어 석회화된 부분을 제거하고 소장과 연결하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으며 소화도 잘되고 혈당도 잘 조절됩니다. 


4. 췌장암 치료 트렌드의 변화

췌장암은 진행 속도가 워낙 빠르고 전이와 재발 가능성이 높은 공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낮은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췌장암에서도 조금씩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수술 도구와 기법의 발전으로 수술의 질이 향상되고 항암제의 효과도 꾸준히 좋아져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서 선행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시도하는 경우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수술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며, 수술 환자들 중 20%는 5년 이상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긍정적 태도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선행 항암치료 후 수술을 하는 것으로 치료 트렌드가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췌장암 수술은 절제 범위가 넓고 치명적인 장기와 혈관을 다루기 때문에 환자의 체력 소모가 큰 편이라,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작하기까지 2~3개월 정도 회복기가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환자의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이 시기에 타 장기 전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는 췌장의 암은 제거해도 혈액 속에는 여전히 미세한 암세포들이 떠다니기 때문입니다. 선행 항암치료를 통해 전신에 퍼진 암세포의 활동 능력을 떨어뜨린 후 수술을 하면 회복기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치료 성적을 좀 더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서는 선행 항암 방사선 동시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5. 연세암병원 췌장암 치료의 특징

췌장암은 다학제 진료가 필수인 전신질환입니다. 암으로 인한 통증이 아주 극심하고 췌장암의 증상인 황달도 치명적인 데다가 수술 후 출혈이나 췌장액 누출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다른 암에 비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뿐만 아니라 황달 치료를 위한 담즙 배액술, 통증 완화 치료, 수술 전후 철저한 환자 관리, 합병증 발생 시 신속한 대처 등 여러 의료진들의 협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간담췌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유기적 협진이 강점인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는 다학제 컨퍼런스를 진행해 각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월 1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황호경 교수의 한마디>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운동은 체력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체온을 높여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면역력 향상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복용하기보다는 계단 오르기나 걷기 등으로 허벅지 근육을 늘려 하체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들이 지나치게 절망하는 모습을 보이면 환자의 고통은 배가 됩니다. 가족들의 따뜻한 지지는 환자에게 고된 암 치료 과정을 견디는 힘이자 희망입니다. 완치가 어렵더라도 긍정적인 태도로 치료에 임하면서 가족들과 의미 있는 여정을 보낼 수 있도록 환자를 격려하고, 가족들이 함께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암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황호경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