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다양한 모습 가운데 하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석균 교수
몇 해 전 언론사 사회면에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범죄가 주요 뉴스로 다뤄진 적이 있었습니다. 뉴스를 보면 조현병이 끔찍한 범죄의 원인으로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어디서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럼 정말 조현병 환자들이 위험한 존재일까요?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가운데 당뇨병 환자가 많다고 당뇨병이 범죄를 부추긴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조현병도 그렇습니다. 병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닙니다. 돌출행동을 할 가능성이 당뇨병보다 더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일대일로 직접 연결 짓는 건 위험한 생각입니다. 병의 영향은 아주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환자들이 사회적인 시각을 내면화해서 스스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현병은 외부세계에 대한 지각, 감정, 성격, 사고를 혼란시켜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심각하게 망가뜨리는 질환입니다. 마음과 뇌에 침범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라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소리가 아주 생생하게 들려서 그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환청이죠. 사실이 아닌데 사실로 믿는 망상도 있습니다. 특히 누군가가 자기를 해코지하려 한다는 식의 피해망상에 더 쉽게 빠집니다. 반면에 종일 아무 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든지 감정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증상은 숱하게 많습니다.
현대인의 8~10%는 평생 한 번 이상 환청이나 망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조현병을 가진 이들은 빈도가 더 잦을 뿐만 아니라 그걸 사실로 굳게 믿고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여기가 정상인과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일반인들은 이상하게 여기다 말겠지만, 조현병에 시살리는 사람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깊이 파고들고 거기에 나름대로 대처하려 안감힘을 씁니다. 하지만 그 대응방식이 적절하지 않아 상황이 더 꼬이게 됩니다. 경험 자체보다는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병이 진전됩니다.
조현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세포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고 그 과정을 조절해주는 물질이 불균형 상태가 돼 생기는 문제라는게 가장 유력한 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치료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감안할 때 약물치료가 기본이 됩니다. 약물로 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잡아주면 환자 100명 가운데 70명은 증상이 완전히, 또는 거의 없어집니다. 따라서 그 70명 안에 드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졌다가도 약을 끊으면 80% 정도는 1년 안에 재발하게 됩니다.
조현병의 경우 회복을 2가지 관점에서 정의합니다. 우선 증상이 없거나 조금 남아서 일정 기간 이상 고용을 유지할 수 있으면 회복으로 봅니다. 이른바 근거 기반 의학의 입장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가치 기반 의학의 시각인데, 증상이 있고 없고를 떠나 스스로 생각하는 핵심 가치와 삶의 계획을 추구하고 실현하며 살아가느냐를 기준으로 회복을 판단합니다. 어느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치에 이르렀느냐 아니냐가 달라질 겁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선 완치의 개념보다는 가능한 한 재발하지 않게, 여러 번 재발하더라도 그 사이에는 신나게, 그리고 때로는 숭고하게 제 인생을 살도록 돕는게 입무라고 생각합니다.
조현병 환자 중 증상이 드러나면 주위에선 난폭하거나 무능한, 그래서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치부하기 십상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들 역시 환자가 하는 얘기를 짜증스럽게 여기기 쉽습니다. 자연히 그 성격이나 행동을 비난하거나 반대로 과보호에 빠지게 되죠. 이를 표출감정이라고 부르는데, 재발에 적잖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고, 원하는 삶이 아니라 B급 인생을 살 것 같고, 가족이 부끄러워할 것 같고, 다들 손가락질할 것 같은 생각에 시달리던 환자는 더 위축되고 맙니다. 위축이 심해질수록 사회적인 고립은 심해집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환자의 경과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저마다 고유한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게 모여서 상식을 만듭니다. 상식을 따르지만 각자 가진 고유한 생각도 존중하는, 다시 말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차츰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은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른 경험을 하고 있지만, 그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한 시각 가운데 하나로 여겨주면 좋겠습니다. 조현병 환자를 가리키는 영어 표현은 ‘individual with schizophrenia’입니다. 조현병이라는 짐을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풀면 어떨까 싶습니다. 환자를 조현병 자체가 아니라 평범한 한 인간인데 일부에 조현병을 가졌을 뿐이라고 보는 겁니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증상을 다스리는데 결정적이기 때문에 약을 빠지지 않고 복용해야 합니다. 보호자들은 환자의 증상이 나타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합니다. 경과가 좋아지고 나면 결혼, 출산, 직장생활을 비롯한 인생에 관한 이슈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주위에 병을 알릴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입니다. 보통은 사실을 드러냈을 때 입을 피해를 지나치게 크게 예측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