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약물치료와 맞출 프로그램으로 증상 현저히 개선 가능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석균 교수



내가 조현병이 있다고 해서 조현병 자체가 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조현병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인생을 살아갈 때 들고 있는 짐일 뿐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짐이 가볍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좀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나이고, 병은 병일 뿐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조현병은 환자 입장에서 1)고립 2)방황 3)혼란 4)착각 5)낯선 소리 등을 겪게 되고, 오랜 기간 이런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병입니다. 의학적으로 조현병은 1)사회적 관계의 차단과 단조로운 정서 표현 2)방황과 배회 3)인지기능 저하와 상식의 붕괴, 이로 인해 상황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 4)착각, 오해, 경계 및 의심, 망상 5)환청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야기하고 역할 기능과 대인관계 기능이 저하되는 만성적인 질환입니다.


<조현병 증상>

환자입장

의학적 입장

고립

◇ 사회적 관계의 차단, 단조로운 정서표현

- 대인관계가 줄고 홀로 지낸다.

- 표정 변화가 없고 단조로워진다.

음성 증상

방황

◇ 방황과 배회

-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대상을 찾아다닌다.

와해 증상

혼란

◇ 인지기능 저하와 상식의 붕괴, 이로 인해 상황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

- 집중력, 기억력, 추론능력과 실행능력에 오류가 생긴다.

착각

◇ 착각, 오해, 경계 및 의심, 망상

- 상대의 의도가 중립적이거나 모호한 경우, 자신에게 악의를 가진 것으로 

   착각하거나 오해한다.

-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과도하게 주변을 경계하고 의심한다.

- 남들이 일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혼자만의 확고한 믿음에 바져 지낸다.

양성 증상

낯선 소리

◇ 환청

- 누군가 나를 욕하거나 나에게 명령하는 등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 내 생각이 소리로 들린다.

- 내 생각이 아닌 생각이 떠오른다.


의학적으로 조현병의 증상은 크게 ▲음성 증상 ▲와해 증상 ▲양성 증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발병 초기 대인관계가 점차 줄어들고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표정 변화가 없고 단조로워지는 등 음성 증상이 나타납니다. 환자는 무기력해져서 사회활동을 거의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 점차 병이 진행되면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대상을 찾아 방황하기도 하고, 인지기능이나 상식, 집중력, 기억력 등이 저하돼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보이는 와해 증상이 나타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자신만의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는 망상, 낯선 목소리나 내 생각이 들리는 환청 등의 양성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와 주변인 모두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양성 증상이나 와해 증상이 현저한 경우를 병적 삽화라고 하는데, 병적 삽화가 나타나는 빈도와 미치는 영향에 따라 조현병은 다양한 경과를 보입니다.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은 병적 삽화가 한 번 이상 나타났지만, 삽화 이후 도는 삽화 사이에 잔류 증상이나 기능 저하없이 잘 지내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여러 번의 병적 삽화를 보이며 삽화 사이에 약간의 잔류 증상과 기능 저하가 남는 환자가 약 9%를 차지하며, 여러 번의 병적 삽화가 있으면서 삽화를 거듭할수록 잔류 증상과 기능 저하가 점점 더 악화되는 환자가 약 43%에 이릅니다.


반면 조현병의 완화된 증세가 나타나지만 아직 그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심하더라도 빈도가 적은 경우를 조현병 고위험군으로 구분합니다. 이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당뇨병 고위험군처럼 병의 경계에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고위험군을 추적한 결과 2~3년 동안 약 20~30% 정도에서 조현병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도출한 바 있습니다. 이런 고위험군 환자의 발병 및 악화를 막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은 고위험군에 특화된 GRAPE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10여년 전부터 개발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조현병의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의학적 진단검사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병의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 재발을 방지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환자의 내적인 힘(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것이 권유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를 하면 1~2개월 이내에 병적 삽화의 약 60~70%는 증상이 없어지거나 미미한 잔류 증상만 남게 되며, 이렇게 관해가 달성되면 병적 삽화의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스트레스 대처법과 내적인 힘(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인지치료도 진행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해되지 않는 약 30~40%의 환자들은 증상 조절과 사회성 증진을 위한 낮 병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클로자핀 등의 2차 약물치료를 시도하게 됩니다. 낮 병원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주 3회, 하루 6시간 정도 병원에 방문해 집단치료 미 및 재활치료를 받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환자들의 약 30~40%는 3~6개월에 걸쳐 증상이 현저히 개선됩니다. 세브란스병원은 10년 전부터 조현병에 특화된 조현 인지치료를 개발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족들은 병적 삽화 기간 동안 환자의 증상에 대해 환자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의 혼란스러운 경험과 해석, 그리고 이 해석에 따른 정서와 행동 반응을 구분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낯선 소리가 들리는 경우, 환자는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에 대꾸해 혼잣말을 하거나 이것을 사실로 믿어 착각, 오해, 경계와 의심, 망상을 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은 이런 경험이 환자에겐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며 두렵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환자가 낯선 소리를 호소할 때는 이렇게 해보세요>

- 침착함을 유지한다.

- 신문 등 읽을 것을 권유하거나 흥미로운 일로 환자의 주의를 분산시킨다.

- 단순한 물건 찾기를 도와달라고 하거나, 다른 활동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 즐거운 대화에 참여하도록 환자를 이끈다. 만약 환자가 자신이 듣거나 보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면 환각 경험에 대해 물어보도록 한다.

- 환자와 정서적으로 친밀하며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사람들과 함게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하지 마세요>

- 환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거나 다른 가족을 비난한다.

- 당황하거나 화를 낸다.

- 환자가 무엇에 대해 누구와 이야기하는 지 알려고 캐묻는다.

- 환자의 환각이나 이상한 말을 비웃는다.

- 환청을 억지로라도 멈추라고 요구한다.

- 환자의 경험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환자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현실로 느껴지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석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