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유전성 망막질환 원인 유전자 찾아준다
안저사진과 OCT만으로 후보 유전자 예측…임상시험으로 효과 입증
불필요한 검사 비용과 진단 시간 줄이고, 정밀의료 실현 기대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전성 망막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한진우, 변석호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준원 교수 연구팀은 안저사진과 빛간섭단층촬영(OCT) 영상만으로 유전성 망막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IF 52.5)’에 게재됐다.
유전성 망막질환은 300개 이상의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 안과질환으로, 실명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5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유전자 진단은 치료 방침 결정과 예후 예측, 유전상담은 물론 최근 도입되고 있는 유전자 치료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이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안저검사와 OCT를 비롯한 정밀 안과검사,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다학제 협진 등을 모두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따른다. 진단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환자의 40% 이상은 원인 유전자를 끝내 확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유전자 치료나 임상시험 참여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발생한다.
연구팀은 안과 진료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안저사진과 OCT 영상만으로 원인 유전자를 예측하는 AI 기반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Retina4IRD’를 개발했다.
한국·중국·폴란드 3개국 9개 의료기관에서 유전자 검사로 확진된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 1843명(3376안)의 안저사진과 OCT 영상, 나이·성별·가족력·발병 연령·유병기간 등 임상정보를 학습시켜 해당 모델을 구축했다. Retina4IRD는 치료법이 있거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유전자를 포함해 총 17개 유전자 범주에 대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순으로 후보 유전자를 제시한다.
그림설명)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 1차 평가변수인 TOP-5 유전자 예측 정확도는 AI 보조군이 88.5%로 전문의 단독군 67.3%와 비교해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AI의 정확도를 분석하기 위해 내부검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제 원인 유전자가 상위 5개 후보 안에 포함되는 ‘TOP-5’ 정확도는 90.4%를 기록했다.
AI의 실제 임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환자 295명을 AI 보조 진단군(148명)과 전문의 단독 진단군(147명)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이후 시행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 결과를 기준으로 진단 정확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1차 평가변수인 TOP-5 유전자 예측 정확도는 AI 보조군이 88.5%로 전문의 단독군 67.3% 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 하나를 맞히는 ‘TOP-1’ 정확도 역시 AI 보조군은 37.8%로 전문의 단독군 22.4% 보다 높게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안과 진료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촬영하는 안저사진과 OCT 영상만으로 유전성 망막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의 실제 임상적 유용성을 전향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입증한 세계 최초 사례다.
한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Retina4IRD는 의사를 대신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아닌, 유전자 검사를 하기 전 가능성이 높은 원인 유전자를 먼저 좁혀주는 사전 선별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불필요한 검사 비용을 줄이고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유전자 치료처럼 치료 시기가 중요한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정밀의료를 실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