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위험 크지 않은 심방세동 환자도 혈전(피떡) 예방해야

항응고제 치료 시 뇌졸중·색전증·주요 출혈 등 합병증 최대 90% 감소

국내 18개 기관 1803명 임상시험…세계적 의학 학술지 ‘NEJM’ 게재


뇌졸중 위험이 크지 않은 심방세동 환자도 항응고제 치료가 합병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유희태, 김대훈 교수 연구팀은 심방세동 환자 중 뇌졸중 위험이 중간 정도인 환자일지라도 항응고제를 통해 피를 묽게 만드는 치료를 받아야 뇌졸중, 색전증 등 합병증 발병률이 떨어진다고 2일 밝혔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IF 84.5)’ 최신호에 게재된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6 유럽심장학회·세계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다. 심장 안에서 피가 굳어 피떡인 혈전이 생길 수 있는데, 이 혈전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혈액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억제하는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심방세동 환자는 평가 점수(CHA₂DS₂-VA 점수)에 따라 뇌졸중 위험이 큰 환자와 중간인 환자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 진료 가이드라인은 75세 이상으로 뇌졸중, 전신색전증 등 병력이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큰 심방세동 환자로 분류해 항응고제 치료를 강력하게 권고한다. 


반면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혈관질환, 고령 등 뇌졸중 위험 요인이 하나뿐인 환자를 중간위험 환자로 분류하고, 항응고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중간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항응고제 사용 여부에 따른 치료 결과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이 부족해서다.


정보영 교수 연구팀은 중간위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항응고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을 비롯해 국내 18개 의료기관에서 뇌졸중 위험이 중간인 심방세동 환자 1803명을 모집해 무작위로 배정한 뒤, 902명(A군)에게는 항응고제를 복용하게 했고, 901명(B군)에게는 투여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24개월 동안 뇌졸중, 심장 등에서 생긴 혈전이 다른 혈관을 막는 전신색전증, 뇌 등 장기에서 발생하거나 수혈이 필요한 주요 출혈, 심장 등이 원인이 되는 심혈관계 사망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A군에서 4명, B군에서 13명에게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24개월 누적 발생률은 A군의 발생 위험이 B군 대비 69% 낮았다.


특히 허혈성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은 A군에서 1명, B군에서 10명으로 A군의 발생 위험이 90% 낮게 나타났다.


항응고제 치료로 인해 우려되는 주요 출혈의 누적 발생률은 두 군에서 비슷했으며, 심혈관계 사망은 양 군 모두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치료 여부를 결정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중간위험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항응고제가 주요 출혈 위험을 뚜렷하게 높이지 않으면서 뇌졸중과 혈전색전증 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음을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보영 교수는 “뇌졸중 위험요인이 하나뿐인 심방세동 환자도 항응고제 치료가 뇌졸중을 비롯한 주요 임상 사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가 중간위험 환자의 항응고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하는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 프로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유희태 교수 프로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김대훈 교수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