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소년, 턱에 달린 ‘얼굴 크기 혹’ 떼고 편히 숨 쉬어
수술받은 탄도 ‘저도 의사가 되고 싶어요.’
세브란스병원, 에스와티니 7세 남아 치료 약 9천만 원 전액 지원
세브란스병원이 얼굴만큼 커진 혹을 단 에스와티니 7세 남아를 지난달 한국으로 초청해 치료했다.
[사진] 김다희 교수와 탄도, 어머니 셋이 퇴원 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에스와티니 국적 탄도(Thandolubanduzi Sinemphilo, 7세) 군은 선천성 희귀질환인 ‘정맥림프관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혈관과 림프관이 덩어리를 이루는 질환으로, 신생아 약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정맥림프관 기형은 병변을 이루는 낭종 크기에 따라 비교적 큰 단일 낭종이 형성되는 ‘대낭성’ 유형과 작은 낭종이 근육과 신경, 혈관 사이로 퍼지는 ‘미세낭성’ 유형으로 구분한다. 미세낭성 병변은 정상 조직 곳곳에 침투해 있어 수술 난도가 높고 완전히 제거도 어렵다. 탄도 군은 미세낭성 병변에 해당했다.
탄도 군 병변은 생후 3개월 무렵 왼쪽 목에서 처음 발견됐다. 친모와 계부, 생후 6개월 된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는 탄도의 가족은 트럭 운전기사인 계부의 월 소득 약 125달러로 생활한다. 방 한 칸 규모의 집에 거주하는 형편으로는 치료받기 어려웠다.
그 사이 병변은 턱과 목을 뒤덮을 정도로 계속 자랐다. 얼굴에 커다란 혹이 생긴 데다 병변에 눌려 말하기도 어려워 또래 아이들이 탄도 군과 어울리기를 꺼렸다. 등교하지 못한 채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냈다.
[사진] 베드에 실린 탄도가 수술실로 이동하고 있다.
탄도 군의 사연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을 통해 전해졌다. 최재영 연세의대 학장이 치료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비인후과 김다희 교수와 의료선교센터, 사회사업팀이 환아의 검사자료와 치료 여건 등을 검토했다. 이후 탄도 군은 의료 소외국 환자 초청 치료사업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GSGC)’ 대상자로 선정됐다.
2011년 시작한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현지 의료 수준의 한계로 치료받지 못하는 해외 환자를 초청 치료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번에 약 9천만 원의 진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정밀검사 결과 탄도 군 병변은 턱과 목 정상 조직 깊숙이 퍼져 있었다. 병변이 기도를 압박해 숨길을 옆으로 밀어낸 상태였으며, 삼키고 씹거나 목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근육에도 광범위하게 침범해 있었다. 혀 움직임을 담당하는 설하신경과 입꼬리를 움직이는 안면신경은 물론 얼굴과 목 부위에 혈액을 공급하는 외경동맥까지 병변에 둘러싸여 있었다.
특히 후두가 정상 위치에서 크게 밀려 있어 수술에 필요한 기도삽관부터 쉽지 않았다. 의료진은 탄도 군 기도를 확보하는 데 약 40분, 마취와 수술 준비에만 2시간을 소요했다.
이비인후과 김다희 교수는 기도를 확보하고 외형 변형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삼키고 말하는 기능을 보존하는 것을 수술 핵심 목표로 삼았다. 수술로 제거한 병리조직 크기는 가로 15㎝, 세로 10㎝에 달했다. 어린아이 머리 하나가 턱 아래에 더 붙어 있는 것과 비슷한 크기였다.
[사진] 수술 전 탄도에게 마취를 시행하는 의료진들. 이날 마취는 2시간 가량 걸렸다.
김 교수는 병변 약 95%를 제거했다. 다만 혀뿌리와 구인두에 퍼진 병변 일부는 남겼다. 남은 병변까지 모두 제거하면 재건 수술까지 요하고,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단순히 병변을 최대한 많이 제거하는 것보다, 먹고 말하는 기능 보존에 중점을 뒀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비인후과와 마취통증의학과를 중심으로 소아혈액종양과, 소아중환자의학과, 소아감염면역과, 사회사업팀이 협진해 수술과 회복을 도왔다. 소아혈액종양과는 남아 있는 병변의 증식과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시롤리무스(Sirolimus) 치료를 상담했으며, 소아중환자의학과는 수술 직후 집중 치료를 맡았다. 입원 중 가래에서 균이 검출됐을 때는 소아감염면역과가 치료에 참여했다.
치료하지 않고 병변을 그대로 뒀다면 혹이 계속 자라 기도를 막아 스스로 숨쉬기 어려운 상태로 진행할 위험이 컸다. 연하 기능을 담당하는 근육이 손상돼 음식을 삼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얼굴과 목 변형이 더욱 심해지면 학교생활을 비롯한 사회생활에도 큰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김다희 교수는 “국내에서는 대부분 영아기에 병변을 발견해 치료하기 때문에 탄도처럼 치료가 지연돼 얼굴 크기만큼 자란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탄도는 모든 병변을 제거하는 것보다 아이가 앞으로 잘 먹고 말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탄도가 에스와티니로 간 뒤에도 시롤리무스를 복용하면서 정기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소견서를 전달했다. 경과 관찰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병원과도 연계했다.
치료 과정에서 탄도 군에게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이전까지 특별한 장래 희망을 말한 적이 없던 탄도 군은 자신을 치료하는 의료진을 지켜보며 “저도 저를 고쳐준 선생님처럼 멋진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